밤이 선생입니다.

새해 첫 주일입니다. 어제 졌던 해가 오늘 다시 뜨는 일이야 뭐 새로울 것도 없겠으나, 오늘 지는 해와 내일 다시 뜨는 해에 담을 ‘의미’로 치자면, 전혀 새로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시간이 같은 시간은 아니며, 모든 땅이 같은 땅은 아니다.” 작고하신 황현산 선생께서 책에 적어 둔 말입니다. 시간의 물리적 크기와 부피를 이른 말이 아니겠지요. 칸칸이 박힌 숫자와 그 나열이 가진 형식을 두고 한 말이 아닐 겁니다. “사람들은 시간을 같은 길이로 쪼개서 달력을 만들지만 어떤 날은 다른 날과 다르고 어떤 시간은 다른 시간과 다르다.” 그건 필연 ‘의미’에 관한 말 일 겁니다. ‘의미’는 제각각이고 분분하여서, 어떤 ‘의미’는 마땅하나 어떤 ‘의미’는 마땅치 않기도 할 (더 보기…)

고맙기도, 고약하기도.

굿 나잇 굿 나잇 좋은 밤은 언제라도 오기는 하겠지만 지금 당장 눈물샘이 아파오는 고추냉이 같은 여자 하나 있다네 – 박형권 부분 매운 걸 좋아하지만 정작 매운 걸 잘 먹지 못합니다. 입에 좋아 몇 점이라도 수저에 올리면 영락없는 속탈로 고생하기 때문이지요. 성난 속을 달래면서 기억하는 ‘매운 맛’은 좋은 추억이 아닙니다. 다시는 입에 대지 않겠노라, 다짐을 가져오는 기억이 되더랍니다. 그럼에도 끊지 못하는 ‘매운 맛’이 하나 있어요. 고추냉이입니다. 이게 시도 때도 없이 상에 올라오는 맛은 아니지요. 회 한 접시에 딸리거나 초밥에 숨겨 나오는 게 고작이겠는데, 회나 초밥 먹는 날이 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가끔씩 연두색 고운 빛깔을 입고 상에 오르는 날이면, 그 곱고 (더 보기…)

울더라도, 그 광야에서 울 일입니다.

“마른 밭, 마른 땅은 쉬엄쉬엄 갈 수 있지만, 가다가 지치면 자동차에 의지할 수 있지만 바다 밭은 가차없는 곳, 약 한 첩 털어넣고 목숨 띄우면 그만. 함께 물에 들어도 저만의 목숨이다. 견뎌내는 물의 공간이며 깊이가 어찌 하나 같겠는가. 오로지 테왁에 의지해 부표처럼 목숨을 띄우는 저마다의 생이다. 하여, 바다의 여인들은 바다에서 죽은 동료를 위해, 닥쳐올 그들 바다의 시간을 위해 극진하게 잠수굿을 올린다.” – 혀영선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온 뒤로 그 섬이 쉽게 멀어지질 않더랍니다. 뭐랄까. 그립다 할까요. 생각나 보고 싶고, 그래서 만날 날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건 그리움이 맞을 겁니다. 뭘 제대로 보고 알아 그런 것도 아니랍니다. 사나흘 돌아다니며 보고 안 것이라야 그저 (더 보기…)

나무처럼, 그네처럼, 바람처럼.

몇 달 전이었지요. 대전으로 시집 가, 아이 셋 낳아 잘 살고 있는 상은자매가 툭하니 노래 선물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한영애라는 가수의 이라는 노래입니다. 선물 아래로 간단한 인사말도 적어 두었더랍니다. “목사님.. 잘.. 지. 내. 시. 죠? 저도 세 아이들 키우면서 자알 지내고 있답니다. 아이들 어린이집 등원 시켜 주면서 혹은 장을 보면서 라디오프로그램을 들어요. 거기에서 처음 듣게 된 곡인데 너무 좋더라고요. 목사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서… 한 곡 보내 드려요~^^” 선물을 받았으니 풀어봐야지요. 바로 노래를 들어보았습니다. 그러게요. 참 좋던데요. 가슴이 찡해지고 살짝 눈시울이 젖는 걸 보니, 제가 아마 이 노래에 ‘은혜’를 받았던 가 봅니다. 답변을 적어 보냈지요. “노래 참 좋네.^^ ‘수많은 시간’과 ‘늘 같은 (더 보기…)

불우, 달라지는 건 없다지만

나이 다 들어서야 / 아니 불(不)자, 말날 우(遇) 자 / 불우하다는 말의 뜻이 / 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임을 안다 // 불우 이웃이니 / 불우한 생이니 / 불우, 불우 했다만 / 다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이라니 // 옛날에는 서양에서도 / 가난한 것이 불운(不運)한 것이라 했다는데 / 이제는 가난하고 이름 없는 것이 / 무능력자, 낙오자인 것 같은 세상 // 그러나 애초에 못난 것이 아니라 / 지금은 때가 아님을 /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음을 / 이제야 안다 – 윤재철 알아두면 쓸데없다는 의 게스트 중 하나인 물리학자 김상욱교수가 어느 신문과 인터뷰를 했더군요. 인터뷰어가 물었습니다.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보어같은 20세기 초반 물리학자 이야기를 읽으면 그야먈로 ‘천재’라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