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낳은 아침 (2021.07.04)

원죄가 따로 없구나
못난 놈 낳으시고 어머니께서 드신 미역 값은 하는지
나만 믿고 졸졸 따르는 병아리 같은 자식놈들께 자신 없고
당신 없으면 못 산다는 속고 사는 아내에게,

모두에게 죄 짓고 사니
생일날 아침엔 왠지 쑥스럽고 미안하다
입 속에 씹히는 미역 한 줄기에도 쑥스럽고
출근길 밟히는 잡풀 하나에도 미안하다.

– 구광렬 <생일날 아침>

“온 동네 떠나갈듯 울어 젖히는 소리 / 내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가람과 뫼’가 부른 <생일>의 첫 소절입니다. 태어난 아기는 “두리둥실 귀여운 아기”이고, 그 “하얀 얼굴이” 첫 선을 보이던 그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더랍니다. 아기의 “첫울음 소리는 너무너무 컸더”랬는데, 마치 “천지개벽하며 울어 젖히는 소리” 같았답니다. “꿈속에 용이” 보이더니만 그게 다 이 ‘첫 울음소리’를 알리는 전령이었던 모양이라고, 한없이 좋은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아이 생일을 축하하는 ‘오늘’, 아비와 어미는 ‘그날’을 떠올립니다.
시인 천상병은 스스로를 “생일 없는 놈”이라 불렀습니다. 쉰 두 살 되도록 “단 한번도” 생일상을 받아 본 적 없던 까닭입니다. 왜 생일상 한 번을 받아보지 못했을까요. “30년 음력 설날에” 태어났기 때문이랍니다. ‘(아이)생일’ 보다 ‘(조상 모시는)설날’이 더 중한 시절, “설날준비와 제사모실 생각에” 생일상은 언감생심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날 아침의 ‘아기’도 “온 동네 떠나갈듯 울어 젖히는 소리”로 ‘세상’을 불렀겠으나, ‘세상’은 그 울음에 화답하지 않은 겁니다. 그날, 어머님 미역국은 한 술 떠 드셨을까요. 태어난 아기에 소홀한 날, 아기 낳은 어미가 대접 받았을 리 없었을 터…더없이 딱한 일입니다.
두리 둥실 귀엽지 않은 아기가 어디 있을까요. 꽃은, 다 예쁜 거지요.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습니다. 용꿈 꾸어 태어난 아이만 귀한 건 아닙니다. 미꾸라지 꿈을 꾸어 난 아기도 똑같이 귀한 겁니다. 아이가 못 난 것이 아니라, ‘귀한 것’을 대접하는 방식에 ‘못남’이 있습니다. 천상병은 “나 같은 어리석은 놈에겐 생일잔치가 없었”다 했고, 구광렬은 자기 생일 아침에 “원죄가 따로 없구나” 탄식했지만, 그들의 ‘어리석음’과 ‘탄식’을 두고 ‘하늘의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실 겁니다. 도리어 기타 치며 마이크 잡고 노래를 하시겠지요. “(오늘이) 네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야고보는 이렇게 편지합니다. “온갖 좋은 선물과 모든 완전한 은사는 위에서, 곧 빛들을 지으신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옵니다. 아버지께는 이러저러한 변함이나 회전하는 그림자가 없으십니다. 그는 뜻을 정하셔서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아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우리를 피조물 가운데 첫 열매가 되게 하셨습니다.”(약1:17-18) 자궁을 열어 ‘낳은 것’만 낳은 것일까요. 실은 사람 사는 일이 다 ‘낳는 것’은 아닐까요.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낳습니다.”(약1:15) 다시 하늘이 열리고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내 ‘욕심’이 낳은 아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낳으신 아침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