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니라 ‘길잡이’로 (21.04.18)
『마을과 마을 사이에 길이 있어서, 그 길을 사람이 걸어서 오간다는 것이 마노리는 신기하고 또 편안했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갈 뿐 아니라, 저 마을에서 이 마을로도 가면서, 길 위에서 서로 마주치기도 하고 마주친 사람들이 어긋나게 제 길을 가고 나면 길은 비어 있어서 누구나 또 지나갈 수 있었다. 길에는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이 있었고 주인은 없었다. 사람이 사람에게로 간다는 것이 사람살이의 근본이란 것을 마노니는 길에서 알았다. 사람이 동쪽 마을에서 서쪽 마을로 갈 때, 동쪽 마을에서는 간다고 해도 서쪽 마을에서는 온다고 하니, 길 위에서는 갈 왕往과 올 래來가 같고, 지나가는 것과 다가오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마노리는 고삐를 끌고 걸으면서 알았다』 – 김훈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