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갈릴리 (2021.06.06)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 오기는 왔던가? /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 젖은 나비 날개처럼? /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더 붉어졌던가? / 그때 너는 들었는지? /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터는 소리를? /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 사랑은 소음이라고? /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 그 숲이 있기는 있었던가? // 그런데 웅웅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 / 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 / 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 – 나희덕 사계절이 뚜렷한 땅에 ‘우리’가 삽니다. 봄이면 꽃 피고 여름에는 매미가 울지요. 가을에 (더 보기…)

교도관 노릇 (2021.05.30)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 내 침대엔 눈물 고여 있었지 / 그들이 한 남자 죽였지 내가 정말 사랑했던 / 그의 머리를 총으로 쐈지 / 하느님, 오 하느님 / 그들이 조지 잭슨을 죽였지 / 하느님, 오 하느님 / 그들이 그를 땅속에 눕혔지 // 그를 감옥에 보냈지 / 17달러 절도한 죄로 / 그의 뒤에서 문을 잠갔지 / 그리고는 열쇠를 던져버렸지 / 하느님, 오 하느님 / 그들이 조지 잭슨을 죽였지 / 하느님, 오 하느님 / 그들이 그를 땅속에 눕혔지 // 그는 누구한테서도 엿 먹지 않으려 했지 / 그는 허리 숙이거나 무릎 꿇으려 하지 않았지 / 정부 당국, 그들은 그를 미워했지 / 단지 그가 (더 보기…)

의인의 길, 악인의 길 (2021.05.23)

“사람이 악으로서 굳게 서지 못하거니와 의인의 뿌리는 움직이지 아니하느니라.”(잠12:3) 잠언의 말씀은 ‘의인’과 ‘악인’의 대비가 도드라집니다. 사람이 악인의 삶이 든든한 것이 아니고, 의인의 뿌리가 견고한 것이라는 말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은 오히려 악인이 형통하고 의인이 고난 받는 것 같은 모습을 볼 때가 많지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하나님 뜻대로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믿음으로 사는 게 무슨 소용 있나 싶은 자괴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 마음이 깊어지면 자칫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는 흔적을 삶속에서 지워가며 살게 되기도 하지요. 우리는 그 버젓한 현실을 두 발 딛고 삽니다만, 그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언의 말씀은 ‘그렇지 않다’고 ‘그런 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악인의 (더 보기…)

어느 골목길 풍경 (21.05.16)

쎄리가 팔려갔다, 할머니는 막내를 업고 / 방죽머리까지 따라 나가 /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 주었다 // 이튿날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 응앙응앙- 문살 긁으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 빗속을 뚫고 / 읍내 삼십 리 길을 / 피투성이가 되어 도망쳐 온 것이었다 // “영물이여, 영물이여……” / 할머니는 하얀 행주로 쎄리 몸뚱이를 닦아주고 / 쎄리는 꽃잎 같은 혀로 / 할머니 손등을 핥아 주었다 // 날이 밝았다 / 문 밖에 개장수가 서 있었다 / 납죽 배를 깔고 파들파들 떨며 / 슬픈 눈빛으로 식구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 스피커 줄에 묶여 / 자운영 꽃 붉은 논둑길 따라 / 멀리 희미한 한 개 점으로 지워져가던 (더 보기…)

더 나은 인사(고후5:1-4) (21.05.09)

참 오래 몸에 머물렀다 주인이듯 내가 머무는 동안에, 몸은 벼라별 모욕을 다 겪고, 몇 군데는 부러지고 꺾이고 곪아서, 끝내 만신창이가 되었을 거다. 귓구명에 감창이 들어차고 뱃구레 가득히 욕지기가 출렁거려 똥구멍이 미어지는 수모를 견디고야, 비로소 몸이 나를 버렸을 거다. 이제 나는 몸이 없는 곳으로 떠난다. 그렇게 몸이 없이 사방을 돌아보면, 아아, 몸 이외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몸이 없는 곳에는 그 어떤 것도 없구나. 송기원 시인의 이라는 시를 읽어드렸습니다. 우리는 지금 아버님의 입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염을 하고 아버님의 몸을 관에 모셔 뚜껑을 닫으면, 이제 이 땅에는 그 얼굴을 다시 뵐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입관은 유족들 마음에 더 애절함을 남깁니다. 아버님의 향수가 칠십이 (더 보기…)